꿀벌에 기생하는 꿀벌응애의 모습. 세계 양봉산업의 최대 적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꿀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크기 1㎜ 남짓한 진드기다. 꿀벌응애라 불리는 이 절지동물은 세계적으로 양봉산업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에도 꿀벌에 만성적으로 기생하며, 특히 처음 양봉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다.
농촌진흥청은
포털서비스 ‘농사로’에서 꿀벌응애를 이렇게 설명한다. “꿀벌의 유충, 번데기, 성충 등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데, 기생당한 꿀벌은 체중이 감소하고 심하면 불구가 돼 꿀벌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급성마비, 기형날개를 유발하는 각종 바이러스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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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간 의심 없이 ‘피 빤다’
이 진드기가 처음 보고된 1960년대부터 다른 진드기처럼 꿀벌의 ‘피’(체액)를 빤다고 알려져 왔지만 그런 통념이 바뀌게 됐다. 꿀벌응애는 체액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간에 해당하는 지방체를 녹여 빨아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으로 꿀벌응애의 방제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성체의 배 마디 사이에 숨어있는 꿀벌응애(화살표). 포유류의 간에 해당하는 지방체가 있는 곳이다. 메릴랜드 대, 미국 농업부 제공.
새뮤얼 램지 미국 메릴랜드 대 곤충학자 등 연구진은 15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
PNAS)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램지 박사는 “꿀벌 연구자들은 기생충, 농약, 영양실조를 꿀벌의 3대 문제로 꼽고,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꿀벌응애라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꿀벌응애에 기생 되면 다른 두 가지도 따라온다”며 “꿀벌응애의 표적이 지방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모든 관련성이 분명해진다. 지방체 조직을 잃으면 꿀벌은 농약을 해독할 능력을 상실하며, 중요한 저장식량을 뺏기게 된다. 지방체는 꿀벌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이제까지 꿀벌응애가 다른 진드기처럼 숙주의 체액을 빨아먹을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몇 가지 의심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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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가 ‘꿀벌 수프’로 만들어
먼저, 꿀벌의 체액에는 영양분이 거의 없어 진드기가 꿀벌 한 마리의 체액을 통째로 빨아먹어도 성장하고 번식하기에 모자란다는 점이다. 둘째, 진드기의 배설물이 액체를 먹이로 삼았다기에 너무 건조했다. 응애의 입 구조도 조직을 뚫어 피를 빠는 구조가 아니라 부드러운 조직에 소화효소를 분비해 먹는 데 적합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응애가 꿀벌의 어느 부위에 기생하는지 살펴봤다. 체액은 몸 어느 곳에서나 빨 수 있기 때문에 특정한 부위에 기생하지 않을 것이다. 조사해 보니, 응애는 꿀벌이 애벌레나 번데기 단계에는 아무 곳에나 기생했지만, 성체에는 반드시 배 아래에 자리 잡았다. 기생체가 성숙 전에는 온몸에 분포하다 성체가 되면 배 아래로 이동하는 것과 일치했다.
응애가 기생한 꿀벌을 급속 냉동한 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 응애가 지방체를 녹여 먹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메릴랜드 대, 미국 농업부 제공.
응애가 달라붙은 꿀벌을 액체질소로 급속 냉동한 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보니, 응애가 꿀벌의 지방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램지는 “소화된 지방체 세포 조각을 볼 수 있었다. 응애는 꿀벌을 ’꿀벌 수프의 크림’으로 만들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데니스 반 엥겔스도르프 메릴랜드 대 곤충학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응애가 꿀벌에 끼치는 피해를 이해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응애를 효과적으로 방제하는 많은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muel Ramsey et al, Varroa destructor feeds primarily on honey bee fat body tissue and not hemolymph,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http://dx.doi.org/10.1073/pnas.18183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