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80329155149321
'세 가지 딜레마', '삼중고(三重苦)' 정도로 번역된다. 세 가지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어떠한 선택도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논리학에서 연유한 말이나, 경제 용어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정부가 물가 안정, 경기 부양, 국제수지 개선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치자. ①물가 안정에 치중하면 경기가 침체되고 ②경기 부양에 힘쓰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며 ③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국제수지가 악화된다. 이처럼 목표가 서로 충돌해 진퇴양난 상황에 빠지는 것을 트릴레마라고 부른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그렇다.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더니, 생활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은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린다. 이는 소득 주도 성장에 배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도 트릴레마에 일조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면 청년들이 중소기업 일자리로 취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정책 의도이다. 하지만 비어있는 중소기업 일자리 20만 개는 질(質)이 낮아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일자리들이다. 대상 기업 자체도 자생력을 잃은 '좀비 기업'일 확률이 높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간 임금 격차는 상위 5% 기업과 하위 95%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결정적 요인이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하위 기업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좀비 기업들을 산업 생태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청년 취업을 명분으로 좀비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혁신성장의 토대를 허무는, 경제적 자해(自害) 행위에 가깝다.
7월부터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도 트릴레마를 재촉하는 정책이다. 주 52시간 근무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책 당국은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나누라는 취지라고 강변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선의(善意)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기존 근로자 임금을 줄이지 않은 채 고용을 늘리는 착한 기업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책의 결과는 소득 주도 성장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트릴레마의 교훈은 목표 설정이 잘못되면 시장의 반격이 있기 마련이고, 애초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8·2 부동산 대책'이다. 다주택자와 강남 아파트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이중 삼중의 수요 규제를 가했지만, 시장은 '똘똘한 한 채'로 반격했다. 결과는 강남 아파트의 가격 폭등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지방 부동산 시장은 '깡통 전세'가 부각될 정도로 가라앉았다. 결과적으로 서울과 지방 거주자 간 자산 양극화만 강화한 꼴이다.
트릴레마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책 목표를 상충되지 않게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도 시장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소득 주도 성장'에 올인하는 진보 정부 경제 브레인들이 이런 얘기에 귀를 기울일 것 같지는 않다. 정책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정책 실패로 경제가 망가지면 누가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을까? 아마도 진보 정부 최대 지지층인 서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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