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로부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로마를 구한 ‘굼뜬 느림보’ 파비우스(Quintus Fabius Maximus Verrucosus)의 대지혜와 대전략에 길이 있다.
그는 당대 대중의 인기와 박수 대신 비난을 감수하며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중시했다. 파비우스 지혜와 전략의 ‘모순적 핵심’인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More haste, Less speed/Make Haste Slowly)”는 오래도록 황제 아우구스투스(금화에까지 헌정된 바 있다)를 비롯해 티투스, 코시모 데 메디치, 메디치가의 금과옥조였다.
현대 영국 개혁가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파비우스의 지혜를 따르고자 아예 유명한 파비우스협회(Fabian Society), 파비우스 전략을 통해 유럽의 좌우급진주의를 넘고 점진 개혁과 사회 변혁의 모범 경로를 개척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부상과 냉전 시작의 시점에 미국의 명외교관 조지 케넌은 유명한 ‘봉쇄와 억지’ 전략으로 소련의 공세를 버텨내고, 끝내 평화적인 사회주의 붕괴의 초기 토대를 놓은 바 있다. 이 현명한 외교관은 현대의 파비우스였던 것이다.
거시전략을 통해 나라의 번영과 평화의 토대를 놓은 저 ‘굼뜬 느림보들’의 놀라운 ‘천천히 서두름들’, 즉 오스트리아 통일을 이룬 카를 레너, 동서 대립의 경계국가 핀란드를 동서 대화와 유럽 평화의 진앙으로 전변시킨 파시키비와 케코넨, 내부연합과 동·서독 공존의 이중 대전환을 이룩한 빌리 브란트, 소련 견제와 대미 접근을 통한 개혁·개방과 중국 번영의 설계도를 정초한 덩샤오핑…. 현대의 국가발전과 번영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파비우스와 아우구스투스와 조지 워싱턴과 조지 케넌과 덩샤오핑처럼 천천히 서두른 점진적 급진주의자들이었다.
http://v.media.daum.net/v/2017120801252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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