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천심이다

Dahurian Birch 2018. 12. 10. 23:05

https://news.v.daum.net/v/20181210212428960

진시황. 사가들은 그를 ‘검은 황제’로 그린다. 달리 평가하는 이도 있다. 명의 사상가 이지. 지행합일을 주장한 그는 진시황을 “천고의 유일한 황제(千古一帝)”라고 했다. 왜? 마음을 다해 황제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목간·죽간 공문을 매일 잠도 자지 않은 채 처리했다고 한다. 비전도 대단했다. 법률, 화폐, 도량형을 통일했다. 역사가 바뀐다.

그런 진은 왜 천하통일 15년 만에 망했을까. 백성의 어려움을 모른 탓이다.

툭하면 순행에 나선 진시황. 직접 제국의 문제를 살피고자 했을 게다. 하지만 눈이 어두웠던 걸까,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걸까. 황제의 순행 길을 닦는 백성이 얼마나 굶주리는지를 몰랐다.

한 무제 때 주부언의 평가. “남자는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군량이 부족하고, 여자는 열심히 베틀에 올라도 장막이 부족했다. 백성은 피폐해 마침내 길가에 굶어죽은 자가 즐비했다. 천하는 이로써 진에 반기를 들었다.” 그 교훈을 새긴 역이기, 한 고조 유방에게 말했다.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절대권력은 어두운 눈으로 백성을 굶주리게 하기에 망하는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불황 사이클에 접어든 탓이 아니다. 이전부터 나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 일손이 달려도 더 고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왜? “그러다간 망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크다. 그것만 문제일까.

‘가난을 부르는’ 공포는 번지고 있다. 무엇이 공포를 부르는 걸까.

세금 징수. 작년보다 26조원 이상 더 걷었다. 1~9월 국세 징수액 233조7000억원. 작년보다 12.8% 늘었다. 소득세는 8조원 남짓, 법인세는 11조원 남짓, 부가가치세는 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가계와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징수액도 불어난 걸까. 아니다. 쥐꼬리만큼 늘던 국내총소득(GNI)은 3분기에는 작년보다 외려 줄지 않았는가. 가계도,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부가세 징수액이 6% 가까이 늘었다면 소비가 활활 불탔을 테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부자에게만 세금을 더 걷은 걸까. 아니다. 각종 감면 조치를 폐지하는 증세 정책 결과 ‘세금 풍년’은 이어지고 있다.

세금 걷기에 자신감이라도 생긴 걸까. 내년 정부예산을 올해보다 10% 가까이 늘렸다. 건강보험료·국민연금·각종 부담금 등 늘어나지 않은 것은 없다.

무슨 돈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일까. 국민 호주머니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인가. 소득이 늘지 않으니, 그 결과는 빚으로 나타난다.

570만 자영업자. 그들이 안고 있는 금융부채는 6월 말 약 590조원. 작년 말보다 41조원 늘어났다. 그런 증가 속도라면 지금쯤 610조원을 넘었을 수 있다. 금리가 비싼 저축은행·상호금융의 자영업자 대출은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런 빚으로 부동산투기라도 한 걸까. 아니다. 자영업자의 빚이 늘어난 것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망하기 때문이다. 호주머니를 털어 크게 올린 최저임금을 대고, 세금과 각종 부담금까지 감당하라고 하니, 빚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자영업자만 그럴까. 가계도, 기업도 똑같다.

가계부채가 걱정이라고 한다. “빚을 더 끌어다 쓰지 말라”며 대출규제까지 했다. 정부는 왜 빚이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왜 말을 하지 않는가.

세금에 의지하고, 소상공인·기업 호주머니 돈에 의지한 소득주도성장. 경제가 성장가도라도 달린다면 또 모르겠다. 경제는 벼랑을 향해 내달린다. 그러니 희망도 없이 모두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가.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을 잘살게 하는 정책일까, 가난하게 하는 정책일까.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왜? 빚은 늘고, 가난이 가깝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대통령은 귀국길에 “국내문제는 질문하지 말라”고 했다. 그곳이 어디든 국정 최고책임자는 언제든지 국민의 삶에 관해 답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순행에 나선 진시황과는 무엇이 다를까. 궁금하다. 대통령은 ‘잿빛 경제’를 어찌 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