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분진 피해 지속..제대로된 역학조사도 없어
피해 눈에 보이는데도 발전소측 "기준치 이하 문제없다"
(보령=뉴스1) 유승길 기자 = 미세먼지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화력발전소 12기가 밀집된 보령지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령화력은 1979년 착공 당시 고정화력발전소로 불리다가 1983년 12월 1호기 준공 후 1984년부터 ‘보령화력발전소’로 바뀌었다.
이후 증설을 거듭해 2017년 4월 현재 석탄화력 4000 MW(500 MW × 8), 복합화력 1350 MW(450 MW × 3), 신재생 8 MW 등 설비용량 5358 MW 규모로 커짐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분진피해 호소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 측은 대기배출허용기준치를 준수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피해 역학조사는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항공우주국의 지난해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충남지역 상공의 미세먼지가 서울에 비해 최대 2배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령화력으로부터의 분진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은 주교면 고정리와 오천면 영보리·오포리 등 3개 자연마을로 569가구 1219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5일 오후 찾아간 발전소 앞 고정마을은 최근 미세먼지 확산의 주범으로 떠오른 발전소 비산먼지에 대한 우려때문인지 썰렁했다.
마을회관에는 사람이 있을 듯해 주민에게 길을 물었더니 가도 만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답해 발전소 앞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에는 저녁시간인데도 4명의 손님만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을뿐이었다.
이들에게 발전소 분진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김모씨(54)는 “발전소가 생기고 34년간 먼지 마시고 살아왔는데 참을 수 없어 이사를 가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없는 처지가 한탄스럽다”며 “보령화력과 정부의 사탕발림 시책을 이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옆 자리에 있던 이모씨(56·여)도 “먼지때문에 밖에 빨래도 널지못하고 일년내내 문을 닫고 지내야 할 정도다. 게다가 최근 7년동안 마을에 암환자가 15명이나 발생했는데 모두 발전소에서 배출된 먼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 원주민 최모씨(66)는 "화력발전소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데 그 동안 방치하다가 2014년과 2015년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자 형식적인 검진을 일부 주민들에게 선택적으로 실시했을 뿐이었다"며 "보령화력 측은 허용기준치를 준수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가 눈에 보이는데 기준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많은 주민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묻자 최씨는 “마을이래야 고작 69가구가 사는데 대부분 홀몸노인들이고 일부 젊은 주민들이 발전소에 근무하고 있는데다 지역발전 명분에 밀려 큰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이씨 옆집에 산다는 임모(65)씨는 “힘없고 나이든 서민이 나서기에는 힘든 일이라 함께 힘을 모으고 싶어도 입장이 서로 달라 어쩔 수가 없다”며 “몇 해전 한 방송국이 취재했는데도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푸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피해 주장에 대해 보령화력 측은 허용기준치를 지키고 있다는 등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오는 6월 설비용량 2000 MW(1000 MW × 2) 규모의 신보령화력 완공을 앞둔 상황임에도 피해에 따른 보상 등과 관련된 언급은 아직 없다.
보령화력 환경관리부 관계자는 “보령화력은 대기배출허용기준을 꾸준히 지켜왔고 별다른 민원도 없었다”며 “대기배출허용기준 강화문제는 충남도와 본사가 협의·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소 인근의 분진피해에 대해서는 2명의 직원을 상주시켜 방진망 설치, 살수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저탄장의 옥내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령시도 석탄 수송차량 밀폐와 스프링 쿨러 등 시설을 보완하고 발전소 인근의 소학리에 악취 및 비산먼지 측정기를 설치, 오염 수치를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피해 주민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00% 만족할 순 없지만 비산먼지 피해 최소화 노력과 충남도와 함께 진행하는 앞으로 마을 전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진하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장은 “화력발전소의 분진발생 문제는 2015년부터 연구해온 과제로 앞으로 수도권에 준하는 정도를 넘어 기준을 더욱 상향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v.media.daum.net/v/20170407063324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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