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를 위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자

Dahurian Birch 2019. 2. 19. 09:09

https://news.v.daum.net/v/20190219044357874

한비자 외저설 좌상 편에 나온다.

‘夫挾相爲則責望 自爲則事行(부협상위즉책망 자위즉사행)’. ‘서로 남을 위한다고 여기면 책망을 하게 되나, 자신을 위한다고 생각하면 일이 잘 되어 간다’는 뜻이다.

한비자는 그 예로 두 가지를 드는데 첫 번째 예는 부모 자식 사이다. 어린아이일 때 부모가 자식에 대한 돌봄을 소홀히 하면, 자식은 자라서 부모를 원망한다. 반대로 자식이 장성하고 어른이 되어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하면 부모는 이에 대해 노여워하고 꾸짖는다. 무릇 자식과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서로 원망하고 꾸짖게 되는 것은 모두, 내가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베풀어 준다는 것만 생각하고 있을 뿐, 그 일이 나 자신을 위한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예는 일꾼을 써서 농사를 짓는 땅주인 이야기다. 일꾼을 고용해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을 때 주인은 자기 돈을 써서 일꾼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품삯을 주는데, 주인이 이렇게 하는 것은 일꾼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일꾼들을 잘 대해주면 그들이 밭을 갈 때 깊이 갈 것이고, 김을 맬 때 완전하게 맬 것이며, 이는 결국 주인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일꾼이 있는 힘을 다해 애써 김매고 밭두둑과 논길을 정리하는 것 역시 주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면 주인이 주는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돈도 잘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결국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일을 시키면서도, ‘자신이 베푸는 것(또는 베푼다고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굳이 남을 원망하거나 책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말로 마무리 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일을 하거나 베풀어 줄 경우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마음으로 하면 먼 월(越)나라 사람과도 쉽게 부드러워 질 것이지만, 자기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뭔가 은혜를 입힌다고 생각하면 부모 자식 사이라도 서로 멀어지고 원망하게 될 것이다.’

한비자는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이익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유의해서 관찰하면 큰 오판(誤判)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한비자 특유의 인간관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