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도 감사, 소유냐 존재냐 | 에리히 프롬

Dahurian Birch 2017. 11. 23. 23:25

철학자 에리히 프롬이 평생의 사상을 집대성해 내놓은 저서 <소유냐 존재냐>는 인간의 행복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심리학의 위대한 저서로 손꼽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무언가를 내 것으로 소유함으로써 행복한가, 아니면 그것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가를 논한다. 들판에 핀 아름다운 꽃을 보고 꺾어서 내 손에 가질 것인지, 그 아름다움을 관조하고 마음으로 기뻐할 것인지를 묻는다. 좀 더 많이, 좀 더 좋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가장 원시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물질, 아름다움, 지식, 사회적 지위,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소유하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 아닌가.

그러나 끝없는 소유 욕망의 충족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가? 우리나라는 고도의 압축성장으로 단시간에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다. 서울에 뉴타운·재개발 등으로 정든 집과 공간을 허물고 새 아파트가 들어섰다. 과연 우리는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소비함으로써 행복해졌는가.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실존양식이 소유의 방식을 넘어 존재의 방식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길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안식과 치유를 얻는 길은 소유를 넘어 존재의 의미를 기쁘게 받아들일 때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소유의 욕망은 끝이 없어 채워도 채워도 목마르게 할 뿐이다.

내가 가진 능력, 재물, 시간의 부족함을 느낄 때, 이 책은 지금 나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는 겸허한 마음을 일깨워주는 ‘인생의 책’이다.

<류경기 | 서울시 행정1부시장>

http://v.media.daum.net/v/20171119230954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