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 Keeping

완숙 꿀

Dahurian Birch 2020. 1. 11. 13:17

가수 조영남의 자서전에는 어머니 부업이 가짜 꿀 제조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청과 기타 재료를 넣고 계속 저으며 끓여야 하는데, 어머니는 하루 종일 거룩하게스리 찬송가를 부르면서 솥을 저어 가짜 꿀을 만들었단다.


겨울에 꿀이 굳으면 설탕 먹인 꿀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굳는 성분은 설탕이 아니라 포도당이다. 꿀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포도당은 과당에 비해 잘 굳는다. 질 좋은 꿀 중에도 굳는 꿀이 많다.


벌집에 들어온 지 3,4일 된 꿀과 벌집에서 두어 달 묵은 꿀을 같은 질의 꿀이라 할 수 있을까?

꽃 안에 있는 꿀은 화밀(nectar)이고, 그것을 재료로 벌이 만든 꿀은 봉밀(honey)이다. 보통 양봉업자들은 벌이 꽃꿀(화밀)을 물어다가 벌집을 다 채우면 꿀을 따라 낸다. 벌집이 약 70, 80퍼센트쯤 채워지면 벌이 더 이상 꿀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이 꿀을 따라 내어 벌집을 비워 놓으면, 벌은 또 꿀을 물어다가 벌집을 채워 놓는다. 벌집을 채워야 거기에서 새끼 벌들이 먹고 자랄 수 있으니 벌들은 부지런히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꽃이 많이 피는 계절에 부지런히 꿀을 따라내야 한다.


벌집에서 7-15일가량 숙성하면 꿀의 수분 함량이 18-20 퍼센트 정도가 되는데, 이쯤 되면 채밀하여 생꿀 상태로 판매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봉개 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인 양봉의 사정이 이러하니 45-60일 숙성이란 얼마나 긴 기간인가 짐작할 만하다. 1년에 한 번 채밀하는게 보통이며, 부지런을 떨면 가을에 한 번 더 채밀하여 많아야 두 번 꿀을 생산할 수 있을 뿐이다.


충분히 숙성된 완숙 꿀은 미숙 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약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항생 물질로 알려진 프로폴리스도 꿀과 버무러져 있는 벌집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런 항생 물질이 그저 꽃꿀을 물어다 놓는다고 바로 생기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꿀에서 숙성을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완숙 꿀로 비싸게 팔리는 것이 바로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이다. 강한 항생 작용이 있다고 하는데, 값은 2.4킬로그램짜리 병으로 계산해 보면 50-100만 원쯤이다. 이렇게 고가인데도 잘 팔린다.


토종벌을 키울 때에는 한 곳에 벌통을 놓고 긴 기간에 걸쳐 꿀을 따오므로 여러 계절에 걸쳐 여러 종류의 꽃꿀이 뒤섞인다. 토종꿀은 모두 잡화꿀이다. 토종꿀이라고 써 놓고 '아카시아꿀', '밤꿀' 같은 것을 팔고 있다면 정직하지 못한 것임을 바로 알 수 있다. 토종꿀에는 그렇게 밀원의 구분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카시아 꿀이 좋다며 일부러 골라 사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향을 즐길 것이 아나라면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카시아 철에 빨리빨리 어러 번 채밀하여 파는 꿀이라면 미성숙한 꿀일 가능성이 많다.


이영미, 위대한 식재료, 민음사, 2018, 166-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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