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 만든 '헤테로토피아 강남'

Dahurian Birch 2018. 3. 22. 09:34

http://v.media.daum.net/v/20180322012917791

‘1마일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을 멀리서 보면 낙타 등처럼 생겼다. 월스트리트가 있는 다운타운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위치한 미드타운이 볼록한 것은 두 곳에만 고층이 밀집됐기 때문이다. 즉 용적률이 높다는 뜻이고, 땅값이 비싸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곳 반경이 여지없이 1마일이다. ‘이 리그’에 끼이기 위해서는 도보 30분 거리 내에 오피스를 가져야 하므로 이 수요는 수직개발로 이어진다. 홍콩·런던·도쿄도 마찬가지로 1마일 반경에서만 높다. 이처럼 희소성은 물리적 조건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하가 암반인 맨해튼의 대부분 아파트는 주차장이 없다. 갑부라도 택시 애용자여야 하는 이유다. 볕 안 드는 침실 한두 개 아파트가 수십억원이다. 그럼에도 뉴요커들은 맨해튼을 소망한다. 걸으면서 ‘도시의 마법’을 누리고자 함이다. 뉴욕을 비롯한 현대의 메트로폴리스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말한 대로 ‘헤테로토피아(hétérotopie)’적 장소다. 헤테로토피아는 실제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유토피아와 다르다. 어둡지만은 않다는 면에서 디스토피아와도 다르다. 헤테로토피아에는 일상과 비일상, 익숙함과 낯섦, 현실과 상상이 혼재되고 병치돼 있다. 말하자면 ‘모순된 도시’다. 이 모순적 경향이 이 시대의 ‘도시성(性)’이다.

강남은 오이디푸스 꼴이다. 강남은 1960년대 급격한 서울 인구 유입의 결과다. 초기에는 공무원을 강제로 이주시켰고, 공공기관에 토지를 강매했다. 한강변 아파트는 준설한 강 모래로 지었고,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저명·고위 인사에게 반값으로 분양했다. 강북 명문 학교도 모두 강남으로 내려보냈으니, 8학군도 이때 탄생한 것이다. 가난하되 배운 이들이 모인 곳이 학원가 대치동이다. 요컨대 강남의 생부(生父)는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