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력을 부동층과 무당파에 쏟는다 적극적인 지지자부터 배반한다

Dahurian Birch 2017. 5. 11. 07:55

영국의 선거운동 전문가 마크 팩과 에드워드 맥스필드가 함께 쓴 <선거의 정석>(사계절, 2017)에서 음미할 만한 딱 한 구절은 “상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끌어오는 것은 비생산적이다”라는 말이다. 두 공저자의 조언처럼 ‘집토끼’라고도 하고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도 하는 골수 지지자는 기회비용만 잡아먹을 뿐 난공불락이다. 승리의 정석은 그 공력을 부동층과 무당파에 쏟는 것이다. 내가 저 구절을 곱씹는 이유는, 저 뻔한 조언이 특별하고 심오한 선거 비법이라서가 아니다.

충성도 높은 데다가 맹목적인 때문에 집토끼가 당해야 하는 슬픔이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공략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당선인은 정치적 위기에 빠졌을 때나 타협이 필요할 때마다 가장 먼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적극적인 지지자부터 배반한다. 노무현은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자신의 골수 지지자들을 간단히 배반했고,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자신을 열렬하게 밀어준 노인층의 기초노령연금을 약속했던 것보다 줄였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제3의 길’ ‘갈등 제로 정치’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따위의 수상쩍은 구호를 앞세워 보수당에 빼앗긴 정권을 18년 만에 찾아온 토니 블레어 노동당 총리는 권력을 잡고 나서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는 정책만 골라서 폈다. 배신의 쓴 열매를 먹지 않으려거든, 내 눈의 내로불남 콩깍지를 떼어내라.



http://v.media.daum.net/v/20170426143339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