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유발지진 경험들

Dahurian Birch 2019. 3. 21. 18:55

https://news.v.daum.net/v/20190321173017878

한국에서는 포항에서 처음으로 심부지열발전소(EGS)가 시도돼 ‘지하에 물을 넣으면 지진이 일어난다’는 개념이 낯설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1967년 로키산맥에서 일어난 규모 4.9 지진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하에 고압의 물을 집어 넣어 셰일 지층을 깨면서 사이에 있는 가스를 얻는 ‘수압파쇄법’이 약 10년 전부터 중부와 동부를 중심으로 널리 시행됐다. 이 때문에 2009년부터 유발지진이 급속히 늘었다. 매튜 웨인가르텐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원팀이 미국 동부 및 중부에서 발생한 지진과 수압파쇄법 실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2015년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1970년대에 1~7건이던 지진이 2014년에 650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2011년 오클라호마에서 일어난 규모 5.6의 지진, 콜로라도에서 일어난 규모 5.3 지진, 2012년 텍사스에서 일어난 규모 4.8 지진 등이 모두 수압파쇄법의 결과로 꼽힌다. 특히 물을 넣는 속도가 지진 발생에 큰 영향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압파쇄법은 강하게 지층을 깨는 방식이라, 이미 틈이 있는 심부 지층에 물을 넣는 EGS와는 방식이 약간 다르다. EGS에서는 아직 포항지진 급의 큰 유발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다. 포항지진이 1년 넘게 논란에 휩싸인 이유다. 

유럽에서는 포항지열발전소와 같은 EGS가 일찍부터 시작됐다. 스위스 바젤에 지어진 EGS는 2006년 12월 8일, 물 주입 6일 만에 규모 2.9의 지진이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3월 까지 3달 사이에 규모 0.7 이상의 지진이 200개 이상 발생했다. 규모 2.5 이상은 9개가 발생했고 가장 큰 것은 12월 8일 일어난 규모 3.4였다. 실험은 결국 중단됐고,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지열발전소 건설은 2009년 중단됐다. 2009년 11월에는 스위스 연구팀은 계산상 최대 규모 5.7의 지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지구물리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바젤 외에도 독일 란다우, 프랑스 리터쇼펜 등에 소규모 발전소가 2000년대 중후반에 지어졌다. 모두 규모 2 이상의 지진을 겪었고,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는 추세다.

한국은 사업 초반에 지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2년에 펴낸 ‘지열에너지의 환경성 평가 및 환경친화적 이용방안’을 보면 위험 요인으로 ‘지진유발’을 지반침하나 지하수 오염 등과 함께 꼽았고, 스위스 바젤의 지진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지진은 지질학적 검토의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재해”라고까지 명시했지만, “충분한 지질학적 검토를 통해 시공함으로써 기술적으로 제어가 가능하다”고 통제 가능한 요인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진이 날 수 있는 단층을 사전에 알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상충된 견해가 있다. 송윤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단 박사는 “(끊기거나 부서진 지층인)파쇄대의 존재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게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단층인지 여부는 기술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은 “외국인 학자들도 이런 단층의 사전 조사 가능 여부에 대해 논쟁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