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초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적은 미국과 유럽 vs. 상대적으로 오염이 심한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

Dahurian Birch 2017. 11. 23. 23:44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2년 전 세계적으로 800만 명이 공기 오염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430만 명이 사망하고 외부 공기 오염으로 370만 명이 사망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 추정치다(WHO, 2012).


지난 4월 저명 의학 저널인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20만 명이 외부 공기 오염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 세계 총 사망자의 7.6%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기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5번째로 큰 요소라고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Cohen et al.,2017).


특히 초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등 다른 질환에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크고, 실제로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의 3분의 2는 심혈관 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장기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이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자 그만큼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어느 정도나 될 것으로 추정될까? 또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면 심혈관 질환자는 얼마나 늘어날까?


최근 초미세먼지가 한국인의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장기간의 추적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Kim et al., 2017).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서울에 거주하는 심혈관 질환이 없는 13만 6천여 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초미세먼지 노출이 심할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개인의 초미세먼지 노출은 서울시 대기 환경 측정소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 수치를 토대로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수준을 파악했다. 물론 거주지와 시간 변화에 따른 초미세먼지 변화를 반영했다.


연구 기간 동안 초미세먼지 개인별 노출 농도는 평균 25.6㎍/㎥로 나타났다. 2016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6㎍/㎥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과 비슷한 노출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지역의 장기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역에 따라서 최소 23.8㎍/㎥에서 최대 27.8㎍/㎥ 정도였다.


연구결과 초미세먼지의 장기간 평균 노출 농도가 1㎍/㎥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은 3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사망 위험이 36% 높아졌고 심근경색 위험은 30%, 심부전 위험은 39%, 뇌졸중 위험은 34% 높아졌다. 또 초미세먼지 평균 노출 수준이 26㎍/㎥ 이상인 경우는 24㎍/㎥ 미만인 경우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가 조금만 높아도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초미세먼지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초미세먼지의 크기가 매우 작은 것과 관련이 있다. 초미세먼지가 폐를 통과해 혈관 속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데, 혈관 속에 들어간 초미세먼지는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악화시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초미세먼지뿐 아니라 미세먼지(PM10)와 일산화탄소,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황산화물(SOx), 디젤 차량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 같은 대기 오염 물질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라고 하면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키고 장기간 노출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초미세먼지가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상대적으로 초미세먼지가 적은 지역에서 많이 연구돼 왔지만 상대적으로 오염이 심한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추적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어느 질환이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심혈관 질환은 호흡기 질환이나 다른 질환과는 달리 갑자기 특정 순간에 돌연사를 초래하거나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초미세먼지가 심혈관 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그동안 심혈관 질환의 큰 원인으로 생각했던 고혈압이나 당뇨만큼이나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하고 치료하듯이 초미세먼지에 대한 노출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고혈압과 당뇨를 잘 관리한다 하더라도 초미세먼지를 줄이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http://v.media.daum.net/v/2017112313450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