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한국 면적 태워버린 호주 산불..지구온난화 부추기는 '악순환' 경고

Dahurian Birch 2020. 1. 15. 18:20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이미 한국 국토면적에 해당하는 약 1000만 헥타르(ha)의 대지를 태워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사그라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11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호주 산불에서 배출된 연기가 전 지구로 퍼지고 있다며 관련 위성영상을 공개했다. 이달 3일 기준 이미 연기는 남동부 해안과 호주와 뉴질랜드 서부 사이의 바다인 태즈먼해을 넘어 태평양까지 퍼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ASA는 8일 기준 이미 연기가 남미 대륙에도 도달했으며 지구 한바퀴를 돌아 다시 호주로 돌아올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연기와 함께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화재 발생이 빈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 자료에 따르면 이번 호주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 4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호주 한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약 3억4000만t을 이미 넘었으며 지난해 아마존 산불보다도 2.5배 많은 수치다.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가속된 지구온난화가 산불의 빈도를 늘리고 강도 또한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것이다.

매튜 존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환경과학부 수석연구원은 15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57개의 연구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산불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가 늘어난 것이 분명하다”며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다시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로 소실된 산림이 회복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돼 지구온난화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펩 카나델 호주 세계탄소계획 회장은 “이번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산림이 다시 흡수하려면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보금자리들이 불타고 있다. 집이 불타고, 대체할 수 없는 숲이 불타고 있다. 빅토리아 주 정부 유인물 및 환경보호국(EPA) 제공



호주 산불은 동물 다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최대 시간당 60km의 속도로 화마가 번지고 있어 나무에 붙어 사는 코알라나 날다람쥐들이 도망칠 수 없다. 날 수 있는 새들조차 뿌연 연기로 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강한 바람으로 인해 불길에서 도망치지 못한다. 캥거루와 코알라, 오리너구리 등 호주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토착종도 많다. 크리스 딕맨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부 교수는 이번 호주 산불로 약 10억 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박쥐와 곤충, 개구리, 무척추동물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영향을 받은 동물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마이크 리 호주 플린더스대 생물학과 교수는 “무척추동물은 동물종의 95 % 이상을 차지한다”며 “무척추동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대부분의 동물종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마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먹이 공급하고 집이 되어주던 서식지가 사라져 희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100여종이 서식지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https://news.v.daum.net/v/20200115174140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