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71227013154553
몇 년 전까지 뉴질랜드는 ‘키위 엑소더스’가 골칫거리였다. 우리로 치면 ‘탈조선’쯤 되는 표현인데, 호주에 이민 가는 뉴질랜드인을 일컫는다.
2011년 지진이 훑고 지나간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많은 시민이 북섬의 오클랜드나 호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도시 재건에 기여할 방법을 찾다 호텔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90대 노인에게서 1910년 지어진 고택을 샀다. 지진도 버텨낸 튼튼한 집이지만 당국의 규정에 맞춰 내진 보강 공사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친환경 철학에 따라 공사 때 떼어 낸 목재, 싱크대 손잡이 등을 커피 테이블, 옷걸이 선반으로 재활용했다. 뒷마당에는 각종 허브와 레몬, 상추 등을 심어 투숙객이 마음대로 수확해 먹을 수 있게 했다. 손님들은 ‘내가 여기 숙박하며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고택을 보존하는 데 일조했다는 으쓱함과 함께 말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에코 빌라’는 1년도 되지 않아 문전성시다. 이달 초 이곳에 투숙할 기회가 있었다. 마당을 청소하던 이반 얘기로는 지난겨울(뉴질랜드는 7~8월이 겨울이다)에는 스키를 타러 온 중국인들이 호텔을 통째로 빌려 썼다고 한다.
에코빌라 코앞에 도시 재건의 상징인 카드보드 성당이 있다. 종이(카드보드) 튜브를 이용해 만든 삼각형 성당이다. 시민들은 네 귀퉁이에서 쏟아지는 리듬에 맞춰 댄스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춤을 추기도 한다. 재난을 기억하고 일어서는 방식이 혁신적이고 유쾌할 수 있음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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